[앵커]
가을 태풍이 더 무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.
이사가 많아지는 시기인데, 사다리차는 강풍에 정말로 취약합니다.
다시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.
[기자]
엿가락처럼 휜 사다리.
깔린 차량은 처참하게 부서졌습니다.
지난 2월 17층 이삿짐을 옮기고 사다리를 접던 중 아랫부분이 꺾인 겁니다.
사다리가 인도를 덮치면서 70대 할머니가 숨지고, 8살 손자가 얼굴을 크게 다쳤습니다.
[사고 목격자]
"대포 소리가 나서 내다 봤거든요. 사다리가 바람 불어서 그대로 넘어졌어요. 그때 너무 충격이었거든요."
사고 7개월이 지났지만, 주민들의 충격은 여전합니다.
[동네 주민]
"사다리 올라가면 그 밑에 다니기 무서워요. 피해 다녀야겠더라고."
기다란 사다리가 위태롭게 아파트 외벽에 걸쳐 있습니다.
강풍에 이삿짐 사다리차가 주저앉은 겁니다.
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, 주차된 차량 3대가 파손됐습니다.
[피해 차주]
"앞유리랑 보닛이 많이 망가져서 차를 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. 가만히 있다가 피해를 본 거라 이해가 안 가고."
사다리차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작업자는 지난 10년간 200명에 이릅니다.
보행 중 다치거나 숨진 시민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, 관련 통계조차 없습니다.
사다리차 작업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.
사다리차가 쓰러지지 않게, 기사가 지지대를 세우고 있습니다.
[사다리차 기사]
"제가 통제하면서 혼자 진행하고 있습니다. 그대로 지나가는 분들도 많고요. 제가 신경쓰는 수밖에 없어요."
[남영주 기자]
"아파트 20층으로 이삿짐을 옮기는 작업이 한창인데요. 짐을 나르려면 60m 높이까지 사다리를 뻗어야 합니다."
[사다리차 기사]
"지금은 벽에 기대어져 있지만 접으려고 붐대를 드는 순간 위에는 (지지해주는) 힘이 하나도 없다 이거죠. 진짜 바람 세게 맞잖아요? 그러면 전복됩니다."
또다른 기사도 강풍의 위험성을 언급합니다.
[사다리차 기사]
"20층 이상 되면 붐대가 흔들리고 차체가 흔들릴 때도 있고."
안전수칙이 없는 건 아닙니다.
기상조건이 악화되면 작업을 금지하고, 작업 반경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합니다.
하지만 권고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.
크레인이나 승강기는 운영과 관련한 구체적인 풍속기준이 있지만,
이삿짐 사다리차는 없습니다.
[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]
"디테일하게 모든 차량, 모든 기구류에 대해서 적용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고요."
권고에 그치다보니 현장에서는 대부분 무시됩니다.
[이삿짐 업체 관계자]
"안전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환경상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거지. 이사 날짜에 무조건 가야 하잖아요. 약관에는 우천시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그걸 지킬 사람은…."
지금대로라면 언제든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.
[정진우 /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]
"적용할 만한 규정이 없어요. 작업계획서 대상도 아니고 2인 1조라든지 작업지휘자 지정도 적용 안받고, 사전 안전회의도 안 이루어지고 있어요."
작업량이 몰리는 가을 이사철, 사다리차는 오늘도 규제 사각지대에서 위험을 뚫고 이삿짐을 나르고 있습니다.
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.
PD : 윤순용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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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영주 기자 dragonball@ichannela.com